낭패

전설상의 동물이 있다. 낭(狼)과 패(狽)다. 둘 다 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다.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은 것이 낭이다.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은 것이 패다. 낭은 용맹하나 꾀가 없다. 패는 꾀가 많으나 겁이 많다. 그래서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따로 가면 넘어진다. 여기서 나온 말이 낭패다.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매우 딱하게 되는 것을 뜻하는 단어가 됐다.

정치에서 명분은 낭이다. 구도는 패다. 낭과 패가 그렇듯이, 명분과 구도는 함께 가야 한다.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쇄신 세력은 명분을 쥐고 있었다. 재보궐 선거에서 진 데다, 당 지지율도 급전직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들은 명분을 담보할 구도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공동보조를 취해야 할 친박을 결과적으로 쇄신 반대로 몰아버렸다. 결국, 한나라당 쇄신파는 낭패를 자초한 것이다. 이런 능력으로 어떻게 이미 뿌리 내리고 있는 체제를 혁신할 수 있으랴.




by 단상 | 2009/06/24 10:40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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